Uncritical Bastards
자하 / 언약식 전 로그 본문
* 백업
어두웠다. 사방이 그러했으니 사위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하이델린을 만날 때처럼 자잘하게 빛나는 별무리조차 없으니 눈에도 빛이 돌지 않았다. 아무것도 분간이 가지 않는 때에 오롯이 제 손에 만져지는 것만을 의지해서 걸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걱정하고 있을까. 시간이 너무 늦어버리면 어쩌지. 작게 냐앙 하고 울었다. 검은 세계는 그의 소리를 그대로 울려낸다.
코앞도 보이지 않아. 단순한 실수로 빠진 공동이 이리도 속을 썩일 줄은 몰랐다. 마치 처음 빛의 전사라 불렸을 적의 그가 이런 기분이었다. 별로 그렇게 대단한 게 되고싶은게 아니야. 쓸데없이 좋은 감은 미래시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다, 파파리모, 야슈톨라, 산크레드, 민필리아, 노라크시아... 그렇게 끊임없이 생각나는 사람 이름들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떠올려야했던 그 사람. 아, 오르슈팡. 다리가 아파 주저앉아 몸을 웅크렸다.
골절상에 타박상, 공동에 있었던 마물에 긁힌 상처까지. 추락하던 도중에 무기도 놓쳐 있는 것도 없었다. 자리는 커르다스였으니 아마 어느 비탈 구석에 이런 자리가 또 있었으리라고 추정했다. 아, 아니스. 상냥한 아니스. 지금즈음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하고 있을테지. 림사 로민사에서 만난 뒤 에테라이트를 통해 커르다스로 오고 난 뒤 3일째. 먹은것도 얼마 없었으니 배꼽시계로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엾은 아니스. 혹시 내가 도망쳤다곤 생각하지 않을까. 작게 애옹거리면 또 허망하게 울려대기만 할 뿐이다. 이젠 마물조차 찾아오지 않았다.
자하는 눈을 감는다. 상냥한 나의 ... 그, 뭐라고 하더라. 그래. 구원자. 지나가던 오딘이 알려주길, 나의 우르드, 오르슈팡이 알려주길, 나의 사랑. 아. 그래. 그 방에서 그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노라고 알려주었다. 가장 복잡하고도 어려웠던 그 말.
아니스.
눈을 감았다. 칠흑에 칠흑을 더하면 사망에 누구보다 가까이 자리했던 그 때와 같다. 숨을 틀어막고 초를 세었다. 아니스, 나의 아니스. 허우대는 멀쩡하건만 어째 저에게만은 바보같은 그 엘레젠. 키득이며 웃었다. 귀를 기운이면 무언가 부숴지는 소리가 들렸다. 따스한 봄바람.
"자하!"
그는 환하게 웃었다. 나의 곁에서 영원해줄, 너만은. 저 높이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